일상 탈출
설날을 맞아, 모처럼 가져 보는 3일간의 꿈같은 휴식이다.
(모든 매장 영업(장사)하는 사람들이 거의 그렇듯이, 안경사는 쉬는 날이 많지 않아서 명절, 여름휴가 때만 쉬므로....)
집안 청소하고, 우리 집 취준생 애들이 좋아하는 갈비 재워놓고, 마님이 좋아하는 약초차 <토복령+상백피(뽕나무 뿌리)>달여 놓고, 음악 듣고, 하루 한나절을 빈 둥 빈 둥 거리다(멍 때리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진정한 휴식?)가,,,,
마침 동서(처,언니 형부)가 팔순 노모를 모시고 충청도"금산"에 간다고 해서 따라서 같이 가기로 했다.
인삼의 본고장 금산,
시골, 특히 산골은 추워서 도착하자마자 금불(아궁이에 때는 불) 때야 한다고 걱정하는, 그래도 괜찮겠냐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그래도 가겠다고....ㅎㅎ 낯선 곳에서 하룻밤. 어차피 그런 불편함이나 고생(?)쯤은 각오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다음 날 산에 갈 계획을 취소하고 "일탈을 꿈꾸며" 오후 6시에 "동서" 차로 "금산"으로 출발했다.
*토봉령(청미래덩굴 뿌리) : 해독작용, 수은중독, 수은 배출, 노폐물 배출에 탁월한 효능...
*상백피(뽕나무 뿌리) : 폐 기능 개선, 미세먼지 배출, 수족냉증...
예나 지금이나 4가구 밖에 안 사는 금산 산골집은, 동서가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며 뛰어놀던 곳,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동서가 금산 시내에서 중학교 다닐 때 토요일 오전 수업 마치고 집에 가는데 교통수단이 없어, 해가 떨어질 때까지 걸어서 집에 도착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산골 앞까지 시멘트 포장이 돼 있어 차로 갈 수 있지만, 옛날 산골 소년은 걸어 다녀야 했다.
초등학교가 있는 면 소재지까지 16km, 중학교가 있는 금산 시내까지 20수 km 된다 하니,산골 고라실(오지) 임에는 틀림이 없다.(중학교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고 공부 잘한 머리가 좋은 동서는, 검정고시를 PASS 해서 S대 법대를 졸업, 고시 공부하다, 부동산 컨설팅하다가 지금은 공기업에 다니고 있다. 정년을 얼마 안 남기고 있고, 퇴직 후 산꾼으로 살고 싶다 한다.)
아버지가 60여 년 전에 직접 손수 지으셨다는 집, 오래된 무쇠솥 아궁이다.
장작불로 금불 때는 풍경이다.
나무 타는 냄새, 참나무의 매캐한 연기속에 피어나는 아스라한 옛 기억의 파편들....
오랜만에 가져본 일상탈출~!!!
둘이서 1.5L 인삼 막 껄리 2병 비우고, 기분이 업(UP)되어 신나게 큰소리로 떠들다가 결국,
담금주 항아리에 손대고 말았다.ㅋ~~
2번 연속 맥주잔으로 2컵. 다음날 힘들었다. 인삼주 항아리에 손대지 말았어야 하는데, 인삼주가 "독"이 되었다.ㅋ
산골 차갑고 깨끗한 공기에 가슴이 뻥 뚫린다.
안개 자욱한 밤하늘, 별이 몇 개 안 보이지만,
별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찬 공기에 가슴이 시리다.
나는 왜 이런 몽환적 분위기 가 좋을까?
* 에피소드 : 오래전 소 키울 때,우리 차가 바로 이곳에서 소 뒷발질에 받혀서 찌그러졌다 한다.새 차를 뽑은 지 얼마 안돼서....(어제 딸래미가 끼득 거리며 말해준,그동안 나만 몰랐던 비밀~헉...)
녀석의 이름은, HAPPY(해피).
문득 낯익은 이름이다.
옛날 시골 할머니 집 개 이름도 해피였지....
친해지는 미끼로 쇠고기 한점, 단팥빵 한 조각 던져주었더니 다음날은 짖지 않았다.
사료만 먹다가 녀석도 오랜만에 낯선 방문자가 준, 별미 특식(?)을 맛본 거겠지? ㅎㅎ
더 줄려고 했는데, 동서가 아깝다고 주지 말라고 한다.
소싯적 시골에서 살았던 아련한 추억과 정취가 되살아나 눈물샘을 자극한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정지간....
구름 장막 새로 파리한 달 그림자
멀리 희미한 골짜기를 어렴푸르게 채우네
공허한 내 심장 여윈 소망의 근심
이젠 소리 없이 흩어져
내 영혼 갈 바를 몰라
내 뜰에 넘친 그대 눈빛
그리운 눈매 닮았네
즐거운 날 서글픈 날들의 아쉬움들을
나 홀로 방황했었네
음-
내 마음 그대 보다가 인생의 설움 알았네
증오에서 떠나서 세상을 외면할 적에
가슴 잠기는 사람아
빛 흐린 새벽 그대에게 말했네
한 벗을 가슴에 품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는
행복하여라 행복하여라
1. 구름 장막 새로 파리한 달 그림자
다음날 계곡을 찾아 자연인처럼 엎드려 손 안 대고 약수도 마시고.... 옆에 자생하는 우슬(쇠무릎)을 캐고 내려와,
늦은 아침을 먹었다.
아무런 양념(심지어 파, 마늘, 조차)도 첨가하지 않고 소금으로만 간을 맞춰먹는"멧돼지 고기 버섯탕"
(자연산 표고, 노루 궁댕이, 석이버섯, 등 산속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재료를 넣고 끓인)을 큰 대접으로 한 그릇 받아들고 밥 한공기 말아먹었다. 순수 자연 그대로, 원재료에서 우러난 향과 맛~!! 자연의 맛이다!!
5감 만족, "보약" 한그릇 잘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홀로 계시는 노인네를 위해,
장작 패고 나르느라 몇 시간 힘들게 중노동하고 돌아왔다. 불 나간 전등도 교체해 드리고....
시골에 가면, 언제나 마음이 너무 편하다. 모처럼 다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을 깨끗이 비운 하루였다.
가끔씩 내려놓고, 비우고, 이것이 힐링 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동안 그 힘(바람, 공기, 풍경, 등.. 보고, 듣고, 느낀, 기억)으로, 치열한 경쟁으로 얼룩진,삭막한 도시의 삶을 몇 개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